흔해빠진독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시월의숲 2005. 2. 13. 14:12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우선 읽고 나니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밀려 왔습니다. 그 슬픔이 어떤 것인지 정체는 딱히 알수가 없었지만, 암튼 슬프고 분하더군요. 저는 80년생이라서 70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단지 학교에서 혹은 책에서 어렴풋이 읽고 넘어간 소위 산업혁명기 였다는 것 밖에는... 제가 태어난 상황도 다 기억을 못하는데 하물며 내가 태어나기 전인 70년대라니... 그래서 그 시절의 아픔이라고 해도 별 느낌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냥 그랬었구나 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그 시절은 정말 난장이가 많았던 때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소위 우리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는 그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모두 난장이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거인의 손에서 놀아나며 힘든줄도 모르고 일하고 정당한 보수와 대우를 받을줄 몰랐습니다. 설사 노조 같은 것을 조직하고 노동자들을 교육시키고 해도 사용자들에 의해 저지 당하고 탄압받아왔죠.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한 옛날 같지만 불과 20년 전이었습니다. 그 시절 노동자들의 노력과 저항으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진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무조건 폭력적으로 밀어 부치면 되는 상황인 것도 같지만 말이죠.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그 시절의 부당한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그런 현실을 초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언듯 보기엔 암울한 현실만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넘어선 정당한 사회, 이상적인 사회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바로 사랑으로 이루어진 달에서와 같은 사회 말이죠.

 

  지금은 21세기 입니다. 이 소설이 70년대에 출간되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적어도 지금 나한테 이런 울림을 준다는 것 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을 바로 고전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또 생각합니다. 그때. 난장이가 쏘아 올린 그 작은 공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그때와는 다른 이름의 억압받는 난장이가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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