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벼워지고 싶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시험 걱정하는 일, 장보는 일, 오늘 점심은 천원짜리를 먹을까 이천원짜리를 먹을까, 천원짜리를 먹어야 돈을 아낄텐데 하는 등의 사소한 선택과 고민들... 그런 것들에 염증을 느낄 때. 그럴 땐 그냥 가벼운 소설이나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는 게 최고라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학교 도서관엘 들어갔다. 맨 처음 눈에 띄는 책 아무거나 읽자, 하고. 그렇게 집어들었던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N·P』였다.
『N·P』란 north point(한글로 써있었는데 아마 맞을 것 같다)의 약자인데 아주 슬픈 노래이자, 이 소설에서 인물들 간의 주요 연결고리가 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N·P』라는 책을 소재로 한 『N·P』라는 이름의 소설인 것이다. 책은 예상대로 쉽게 읽혔다. 짤막짤막한 문장과 대화들. 짧게 나누어 놓은 이야기들과 감각적인 문체에서 느껴지는 경쾌함.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마냥 솜사탕 같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우리의 통념을 넘어선 낯선 사랑의 세계, 즉 근친간의 사랑과, 우정을 넘어선 동성간의 사랑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아, 사랑은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느꼈던 약간의 혼란과 그 뒤에 오는 어떤 불편함은 잠시뿐. 이 책은 그런 감정을 희석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뭐랄까,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거부할 수 없게 하는 사랑의 마력 같은 것.
물론 소설이 생각보다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만큼은 맘에 들었다. 심각한 것을 심각하게만 말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애초에 그것은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답다, 모든 것이, 일어난 모든 일이, 미친 듯 격렬하고 아름답다."
소설의 제일 마지막 문장이다. 작가는 아마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서.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시험 걱정하는 일, 장보는 일, 오늘 점심은 천원짜리를 먹을까 이천원짜리를 먹을까, 천원짜리를 먹어야 돈을 아낄텐데 하는 등의 사소한 선택과 고민들... 그런 것들에 염증을 느낄 때. 그럴 땐 그냥 가벼운 소설이나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는 게 최고라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학교 도서관엘 들어갔다. 맨 처음 눈에 띄는 책 아무거나 읽자, 하고. 그렇게 집어들었던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N·P』였다.
『N·P』란 north point(한글로 써있었는데 아마 맞을 것 같다)의 약자인데 아주 슬픈 노래이자, 이 소설에서 인물들 간의 주요 연결고리가 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N·P』라는 책을 소재로 한 『N·P』라는 이름의 소설인 것이다. 책은 예상대로 쉽게 읽혔다. 짤막짤막한 문장과 대화들. 짧게 나누어 놓은 이야기들과 감각적인 문체에서 느껴지는 경쾌함.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마냥 솜사탕 같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우리의 통념을 넘어선 낯선 사랑의 세계, 즉 근친간의 사랑과, 우정을 넘어선 동성간의 사랑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아, 사랑은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느꼈던 약간의 혼란과 그 뒤에 오는 어떤 불편함은 잠시뿐. 이 책은 그런 감정을 희석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뭐랄까,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거부할 수 없게 하는 사랑의 마력 같은 것.
물론 소설이 생각보다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만큼은 맘에 들었다. 심각한 것을 심각하게만 말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애초에 그것은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답다, 모든 것이, 일어난 모든 일이, 미친 듯 격렬하고 아름답다."
소설의 제일 마지막 문장이다. 작가는 아마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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