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아프락사스

시월의숲 2005. 3. 20. 14:47

그는 자신의 아이디를 아프락사스라고 했다

그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아직 데미안을 읽지 않은 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프락사스가 뭔가요?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선과 악을 함께 지닌 존재란다.

그가 떠나가고

그와 함께했던 기억마저 희미해지고 나서야

나는 데미안을 읽었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모두 아프락사스란 것을

그는 한 마리 새였고

또 다른 아프락사스를 찾아 날아갔음을

깨어도 깨어도 겹겹이 쌓여있는 내 안의 세계

나는 얼마나 많은 알을 깨야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날아갈 수 있을까.

 

 

-200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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