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단순하고 열정적으로!

시월의숲 2005. 3. 20. 14:51

생각, 또 생각...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특별히 고민할 일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해 하는 일도 없는데, 이 생각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언가 큰일을 생각했다면 그것에만 몰두해도 될까 말까인데 요즘은 이런 저런 잡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생각이 많은 것과 깊은 것은 다르다. 무언가 하나를 골똘히 생각하여 깊이 있는 사색을 한다면 좋으련만 이건 마치 여러개의 차선에서 차들이 수시로 차선을 변경하듯 그렇게 몇개의 생각들이 들쑥날쑥하면서 끼어들어 종잡을 수가 없다. 차라리 몇중 추돌사고라도 나면 좋으련만.

어제 밤에는 갑자기 전혜린의 에세이집이 읽고 싶어서 지금은 시집가고 없는 고모의 책장을 뒤적였다. 어딘가 꼽혀 있었던 것 같은데... 눈을 비비고 오분쯤 찾았을 때 책장 맨 아래칸에 다소곳이 꼽혀 있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이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였다. 고모가 대학교 다닐때 사놓은 것 같으니까 아마 한 십오륙년쯤 되었을 것이다. 지금 책의 4분의 1도 안되는 활자의 크기하며 책장을 넘길때 마다 풍기는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 그리고 버젓이 찍혀있는 한자들(!)이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는 듯 했다. 불꽃처럼 살다간 여자... 책의 뒷면 찍혀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눈이 크게 떠졌다. 그래,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이야!

뭐라도 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단순하고 열정적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듯 하다.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려고 한 전혜린에게 '단순'보다는 '열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하지만, 순수한 열정이란 어떤 면에서는 단순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단순한 열정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나'다. 나 자신, 내 삶을 단순하고 열정적으로 살려면 우선 내가 변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내가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 그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고 열정적으로!!!

 

 

-200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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