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로등에서 떨어진 곳의 희미한 어둠 속에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를 좋아했다. 빛은 모든 사람들, 극히 평범한 사람까지도 끌어당기지만, 희미한 어둠은 선택된 사람들만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권터 그라스, '양철북' 중에서)
희미한 어둠은 선택된 사람들만 멈추게 한다는 말.
그 선택된 사람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나 또한 희미한 어둠에 끌리는 것을 보면
선택된 사람들이란 참으로 쓸쓸한 사람들이 아닐런지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공사장 인부들, 갈 곳 없는 노숙자들...
아니다, 어설프게 타인의 고통을 아는 척하지 말자
내 감상은 나 자신을 향한 것으로 족하다
아직 나는 나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데
내가 나를 벗어나지도 못하는데
아, 나는 얼마나 위선적인가
내가 희미한 어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 선택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쓸쓸함을 견디지 못해서이다
외로움에 숨이 막히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아직 멀었다
희미한 어둠이란 결국
희미한 빛과도 같은 것임을 깨달을 때까지
나는 더 쓸쓸해야하고,
더 외로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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