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요시다 슈이치, 『일요일들』을 읽고

시월의숲 2007. 4. 22. 14:37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일주일간 쌓였던 피로도 풀고, 느긋하게 여유도 부리고, 생각의 정리도 하는 등 삶에 있어서 일요일은, (유치한 비유이긴 하지만) 호떡의 설탕과도 같고 김밥의 단무지와도 같은 날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에게 있어 일요일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 신세였던 것이다. 물론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설사 하루 논다고 해도 늦잠이나 자는 게 고작이겠지만, 그래도 내 일요일들이 아까운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건 아마도 일요일까지 반납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 내 신세가 서글프게 느껴졌기 때문이겠지.

 

그때의 보상이라도 받아보려는 심정이었을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일요일들>이라는 제목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작가는 요시다 슈이치. 예전에 그의 <퍼레이드>라는 소설을 읽은 터라 그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다. <일요일들>의 구성은 <퍼레이드>와 닮아 있었는데, 둘 다 각각 별개의 에피소드로 보이는 이야기들이 끝에 가서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구성이었다. 또한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듯 여러 인물들의 일상을 보여주다가 끝에 가서 읽는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는(놀래키는) 방법 또한 같았다.

 

<일요일들>에는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모두 도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다섯 편의 소설을 하나로 엮는 것은 엄마를 찾으러 집을 나온 두 아이의 이야기다. 도쿄에서 살고 있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모두들 7~8년 전 엄마를 찾으러 집을 나온 어린 그 형제들을 만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두 그 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며 전에 살던 여자(아이들의 어머니)의 주소를 알려 주거나, 길을 안내해 주었으며, 먹을 것을 사주었던 것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남녀 간의 사랑, 만남과 헤어짐, 죽음, 밥벌이의 힘겨움, 지키지 못할 결심 같은 것들. 일요일이란 그러한 일상의 이야기들에 대해 추억하게 하거나 돌아보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 일요일이란 아마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에 몸은 점차 지쳐가고, 유연했던 머리는 딱딱하게 굳어가고, 무엇하나 내 의지대로 되는 건 없고... 그럴 때 주인공들이 모두, 집을 나온 어린 형제를 돌본 경험은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상징적 사건이 아니었을지.

 

우리 삶에서 일요일이란 아마도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으러 나가야 하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들 조금씩은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살지 않은가? 어머니와 같이 느긋하고, 포근하고, 너그러운 어떤 것을 말이다. 일요일은 그렇듯 어머니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만약 일요일이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고 고달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