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입한 카페의 어떤 회원으로부터 내가 쓴 글이 어느 책의 해설과 비슷하다며 베껴온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책을 읽은 적도 없으며, 내 취향의 책도 아닌데 뭐하러 베껴서 쓰겠느냐는 취지의 답글을 달았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정말 황당하고 무엇보다 화가 난다는 말과 함께.
그러니까 일명 표절을 했다는 소리인데, 내가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만큼 비슷한지 찾아보고 싶지만 이 더운 날 도서관까지 가서 없을지도 모를 책을 찾아본다는 사실 자체가 짜증이 나서 관두었다. 그 사람도 내 글과 그 책을 직접 대조해 본 것이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서 쓴 것 같았는데, 그런 글을 쓰면 상대방의 심정이 어떻지 조금이나마 생각해 봤을까? 그는 정말 내 글이 그 책을 베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일까? 아,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게 잘못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내 글을 베껴온 것으로 느낄만큼 내가 쓴 글이 개성이 없다는 사실인데, 아, 이건 정말 어이없고, 황당하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다. 전문가들이 쓴 비평과 비슷하다고 하니 좋게 생각한다면 좋겠지만, 이건 분명 기분이 나쁜 일이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있다. 하나의 소설을 읽고 느낀 생각은 저마다 비슷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 표현만큼은 내 것으로 확실히 만들자는 것. 확실히, 자신만의 문체를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나, 최소한 어떤 글에서 그대로 베껴온 것이 아니냐는 말만은 듣지 않도록 하자는 것. 아, 그러고보니 이건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글의 기능 중에 화를 가라앉히는 기능도 있는 것인지, 글을 쓰다보니 화가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이래저래 글 쓰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나를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