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왔나 싶을 정도로 시원한,
냉커피 같은 날씨였다.
비가 왔기 때문일까?
모처럼 이소라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
그녀의 베스트 음반을 씨디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한곡 한곡 차근차근 듣고 있으니
예전 그녀의 1집 앨범을 샀던 때가 떠올랐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였나
처음 들어본 그녀의 음성이 얼마나 인상적이던지.
그래서였을까?
'난 행복해'란 노래가 유난히 귀에 착 감겼다.
매일 더위에 지친 개처럼 헉헉 거리다가
모처럼 시원한 날씨를 만끽하며
이소라의 음성과 한 잔의 커피를 곁들이니
한껏 멜랑콜리한 기분이 들고
약간 설레기까지 했다.
내리는 비마저 낭만적으로 느껴지던
오늘 같은 날
그래, 별로 나쁘지 않았다.
가끔 이런 날들이 있어
아직은 견딜 수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