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단것이 먹고 싶어지는 이유

시월의숲 2008. 6. 29. 20:50

갑자기 단것이 몹시도 먹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종일 날씨가 흐렸다. 주말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던 터라 오늘도 비가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마냥 흐리기만 하고 비는 오지 않았다. 덕분에 기온이 좀 내려가서 움직이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물론 난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었지만. 비가 오지 않은 덕분에 오전에는 밀린 빨래를 했다. 아, 보송보송하게 마르면 좋으련만, 역시 대기 중에 스며있는 높은 물기운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 마르지 않고 있다. 방안에 널어 놓으니까 쉰내가 나던데, 걱정이다.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다. 그 놈의 빨래 때문에!

 

아, 날씨 탓인지, 오늘은 몹시도 단것이 먹고 싶었다. 단것에 대한 욕구보다 단것을 사러 나가야하는 번거러움이 더욱 커서, 결국 단것은 입에 대보지도 못했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이상하게 단것이 무척 당겼다. 외로운 것일까? 아니면 우울한 것일까.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틀어놓은 클래식 FM에서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흘러나온다. 슈베르트의 5번 교향곡. 관현악의 경쾌한 울림이 귀에 감긴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린다. 비가 오는 것일까? 다음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나에겐 생소한 음악가의 음악이다. 그렇게 음악은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아, 음악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외로움에 몸서리를 쳐야했을까. 어쩌면 음악을 듣는 행위와 책을 읽는 행위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겨보려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조용한 가운데, 홀로 웅크리고 있는 또다른 자신과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것에의 그리움!

 

어느 순간 단것이 몹시도 먹고 싶다면 그런 자신을 우선 들여다볼 일이다. 그것은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 우울, 고독 같은 것들을 다독이라는 몸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아, 아무래도 초콜릿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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