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녹색바다

시월의숲 2008. 7. 22. 17:57

출퇴근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매일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은, 매일 보이지 않을만큼, 인간이 의식하지 못할만큼의 변화를 모든 사물에 부려놓는다. 하지만 나는 매일 똑같은 풍경에 식상하여 따분히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간 후, 잠에서 깨듯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사뭇 달라진 풍경 앞에 얼얼해진다. 시간은, 시간 속에서 자연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온통 녹색빛. 요즘의 바깥 풍경을 색으로 정의하자면 아마도 녹색일 것이다.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만들어내는 녹색의 향연. 녹색의 나무들과 산들, 녹색의 논들... 차창 밖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수백평의 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녹색의 바다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숨막힐 듯 출렁이는 논의 벼들. 손이라도 슬쩍 닿으면 녹색물이 묻어날 것 같은 생생한 녹색, 녹색, 녹색들. 그 녹색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차분해지고 착한 심성이 된다. 내가 치유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녹색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상상을 한다. 저 푸른 하늘과 녹색의 논이 만나는 지점까지 한없이, 한없이. 그 선을 지평선이라고 불러야할까 아니면 수평선이라고 불러야할까. 아, 아무렴 어떠랴! 내 마음은 이미 그곳을 향해 헤엄치고 있는데.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지다  (0) 2008.08.12
때로는  (0) 2008.07.27
완벽히 홀로 산다는 것  (0) 2008.07.20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0) 2008.07.15
무엇이  (0)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