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때로는

시월의숲 2008. 7. 27. 15:09

때로는 한없이 냉소적이고 싶다. 아니, 냉소적이라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 들어있는 것이므로 이렇게 말해야겠다. 때로는 한없이 무관심하고 싶다고. 어둔 밤을 밝히는 야성의 두 눈동자와 소리없이 돌아다니는 가벼움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무관심으로 무장한 저 검은 고양이처럼. 그렇게 무관심하게, 무신경하게, 무덤덤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가끔씩 든다.

 

이건 어쩌면 반대로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싶다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지독히도 무관심하고 싶은 마음의 저 깊은 이면에는 무한한 사랑과 관심에의 갈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 정말 그렇다면 그건 얼마나 끔찍한 형벌일까. 무엇이 내게 이런 결핍감을 느끼게 하는가.

 

때론 아주 가벼워지고 싶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쓸데없이 심각해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나를 잊고 싶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저 팔랑거리며 유영하는 나비처럼 그렇게 가벼워지고 싶다. 기대를 가지지 않으며,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하지 않는 단순함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하여 때때로 나는 내가 아니고 싶다. 내가 아닌 그 무엇도 아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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