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유한하므로 그립다

시월의숲 2008. 11. 2. 22:45

단지 재미로, 예전 동창들의 싸이를 들어가 보았다가 마음만 심란해지고 말았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그들과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그러므로 당연히 그들과 얽힌 특별한 추억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리움인가? 설사 그리움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는 까만 테이프가 붙여진 것같은 학창시절의 시간들, 아직 어렸었던 그때 그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 조각난 채로 드문드문 떠오르는 추억들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그것이 그리움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배수아의 말처럼,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안타까움과 아련함, 살이 베이는 듯한 쓰라림은 모두 인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일까? 유한하므로 그립다고.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아직 견딜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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