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11월의 첫째날

시월의숲 2008. 11. 1. 09:37

추운 계절이 왔다. 자취생활을 하면서 아니, 혼자 생활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가족들과 함께 지낼때는 다달이 내는 공과금에서부터 겨울이 되면 보일러 기름까지 모두 어른들의 걱정일 뿐, 나와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해 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이 되면 더위 때문에 걱정, 겨울이 되면 추위 때문에 걱정. 온통 계절이 바뀜에 따라 생기는 걱정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기는 금전적인 문제들, 그 때문에 생기는 걱정. 아, 결국은 돈이 문제인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 내 방 보일러 온도계를 보니 1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취 생활하면서 가장 낮게 내려간 온도다. 10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낮에는 제법 따뜻하다고 느꼈었는데 이제는 점차 추워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11월의 첫째날! 이제 본격적으로 추위와 맞서 싸워나가야 하는 계절이 온 것이다. 돈을 아끼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상대이지만. 설마 내 방이 있고 전기매트가 있는데 얼어 죽기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는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을텐데. 그렇게 단순히 자위해본다. 어찌할 것인가?

 

몸은 고달퍼도 마음만은 춥지 말아야 한다. 그래,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강물이 얼어붙고, 온 세상이 눈으로 덮히고, 고드름이 내 키만하게 자라고, 내가 내 쉰 입김마저 얼어붙는 그런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마음만은 얼어붙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내 마음에 작은 모닥불을 지필 수 있을까? 아, 진정으로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나는 가난과 추위 속에서도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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