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2006.

시월의숲 2009. 4. 8. 20:41

무심한 사람의 입으로

나는 들었노라, 죽었다는 소식을

그리고 나도 역시 무심히

그 말에 귀를 기울였노라.

 

오오, 청춘이여! 청춘이여! 그대는 아무것에도 구속을 받지 않는다. 그대는 마치 우주의 온갖 보물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우수도 그대에게는 위로가 되며, 비애조차 그대에게는 어울린다. 그대는 대담하며 자부심이 강하다. 그대는 "보아라, 사람들아. 세상은 오로지 나의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그대의 좋은 시절도 흘러가버려 드디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러면 그대가 차지했던 모든 것은 햇빛을 받는 백랍(白蠟)처럼, 그리고 눈처럼 녹아 없어져버린다. 어쩌면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의 비밀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가능성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대의 충만한 힘을 다른 무엇에도 기울여보지 못하고 바람결에 따라 흩날려 보내는, 그런 점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낭비자라 믿는, 그런 점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 할 것 없이 마음속으로부터 "아아, 만일에 내가 헛되이 세월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해냈을 것인데!"라고 말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믿는, 그런 점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134~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