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가 꼭 그랬다. 이미 저물어 버린, 너무나 완벽해서 이상해 보일 정도로 특별하게 아름다운 석양. 부드러운 회색빛과 우울하지 않은 가벼움, 멀리 있는 아두르 강 저편을 덮고 있는 안개층, 꽃이 만발한 평화로운 집들이 늘어서 있는 길, 황금빛의 반달, 정말이지 '옛날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고결함과 평화였다. 내 가슴은 슬픔으로, 아니 거의 절망에 가까운 감정으로 가득 찼다.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누워 계신 멀지 않은 묘지를 생각했고, '삶'을 생각했다. 로맨틱한 감정으로 충만해진 이 느낌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동시에 '내가 쓰는 글보다 언제나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101~102쪽)
'기억할만한지나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시마 유키오,《가면의 고백》, 동방미디어, 1996. (0) | 2009.08.23 |
---|---|
2007년 가을《작가세계》배수아 특집, 세계사, 2007. (0) | 2009.08.05 |
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이후, 2002. (0) | 2009.07.17 |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이레, 2004. (0) | 2009.05.24 |
김경욱 산문, <슬픔의 왕, 죽음의 왕비> 중에서 (0) | 2009.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