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2009년이여 안녕, 그리고

시월의숲 2010. 1. 1. 00:35

방금 막 12시가 지났으니, 2010년이다. 연초가 되면 했던 숱한 다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2009년은 내게 어떤 해로 기억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기억이란, 그것을 하려고 들면 사라져버리고, 나중에 남는 것은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던 것들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은 의미가 있다는 말일까? 또 죽을만큼 기억하기 싫은 기억은 또 어떤가. 기억이란 그렇게 심술궂은 데가 있다. 그저 순간을 살 뿐인데, 그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며 일 년이라는 세월이 된다. 우리는 세월의 그런 수많았던 순간들 중 특정한 순간의 기억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쩌면 그가 죽을 때까지 그림자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숱한 다짐들 중 그림자가 된 것들 말고, 그렇지 않은 것들, 서슴없이 버려지고, 쉬이 잊혀지며, 가볍게 무시되어버린 다짐들을 생각한다. 아, 어쩌면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내가 이룬 것들이 아니라 내가 이루지 못한 다짐들은 아니었을까? 내가 버리고, 잊었으며, 무시해버린 수많은 다짐들을 나는 처음인 것처럼, 정성스레 주워 담고, 기억하며,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쉽게 이루지 못한 모든 것들이 결국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온 밤하늘의 별 같은 것이었으므로.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2009년은 지나갔지만, 2010년에 또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2009년이여 안녕, 그리고 나의 2010년에게도 안녕,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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