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감독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슬픈 영화였다. 영화의 결말 슬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감싸는 정서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과의 관계가 개연성이 부족하고(정서적 연결고리가 약하고), 할로우들과의 대립과 타임 루프라는 설정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이 무한 타임루프 속에서 영원히 젊은 채로 살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행복하게(그런데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살아간다는 것 자체 말이다. 그것은 운명적 체념이 아닌가? 또 누군가는 이 영화를 팀 버튼표 엑스맨이라고 했다. 그것은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 엑스맨의 그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들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 혹은 세상과 대치하는 방식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가 슬픈 동화 같다.. 영화의 절정에 이르러서 확연히 드러나는 팀 버튼 고유의 익살스러움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타임 루프 속에 갇힌(스스로 갇힐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비극적이고 슬픈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