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난감하고 어이없으며 서글픈 일

시월의숲 2021. 11. 11. 23:45

어렸을 때 나는 어른들로부터 '너는 무슨 애가 생기다 말았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건 내가 자주 아팠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무슨 병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수시로 배가 아프다던지, 같은 운동을 해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쉬 지친다던지 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건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한창 팔팔할 때는 그나마 회복력이 빨라서 인지하지 못하다가 요즘 들어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만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던 몸을 요즘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지난 추석에 조카와 배드민턴을 치다가 허리를 삐끗하고 난 뒤부터였을 것이다. 참,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좀 서글프기도 한 기분. 아버지는 운동부족이라고 말하며, 한 말씀하신다. '너는 무슨 애가 생기다 말았냐?' 이제는 정말 생존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이렇게 움직이기가 싫은 걸 보면 아직은 젊다고 해야 할지...(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건만) 이래서는 건강해지기는 먼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생기다 만' 채로 나이만 들어간다는 건 더 비참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