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

시월의숲 2021. 12. 1. 00:31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물론 나가려고 자기가 결심만 한다면 거기서 나올 수 있다. 감옥은 그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질투의 본질인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

'그의 마음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나가려고 결심만 한다면 거기서 나올 수 있었지만, 그런 결심이 서지 않는다. 아니, 아무리 결심을 해도 나올 수 없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에 제 자신을 가뒀기 때문에. 불같은 화 속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서 용솟음 친 용암이 그 스스로를 태워버릴 때까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질투는 철저히 자신의 감정에 자신이 휘둘리는 것이다. 그것은 불가항력이다. 그것에 저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온몸으로 그것을 견디었다. 질투가 자신을 뚫고 지나가도록 놓아두었다. 마침내 그는 깨달았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자신이 혼자 화를 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관심없고 실은 아무도 모르는 그것에 대해서 왜 그리도 불같이 화가 났던가? 그는 의아한 기분에 빠진다. 그저 한 때 그런 감정에 빠져 있었음을, 그래서 그것을 온 몸으로 살아내었음을 아는 것 외에 그가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오직 그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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