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히말라야 人, 학교가는 길, 차다

시월의숲 2022. 2. 17. 00:23

 

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KBS1에서 하는 다큐를 보았다. 제목은 <히말라야 人, 학교 가는 길, 차다*>였다. 2014년에 KBS 파노라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방영된 다큐라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인도의 히말라야 깊숙이 숨겨진 잔스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해발 3,800미터 고지대에 사는 잔스카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학교가 있는 라다크의 레(Leh)까지 10일 정도 걸리는 거리를 아이와 함께 걸어서 간다.

 

10일이라는, 날짜로 헤아려야만 하는 그 거리감도 아찔했지만, 학교까지 가기 위해서는 히말라야의 얼어붙은 잔스카 강을 따라 걸어서 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학교에 보내려는 자식을 둔 아버지들은 저마다 자신의 몸보다 어쩌면 더 무거울지도 모를 짐을 어깨에 메고 추운 히말라야의 잔스카 강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영하 20도나 되는 추위의 얼음강 위를 걷다가 밤이 되면 적당한 곳을 골라 야영을 하고 아침이 되면 다시 걷는다. 꼬박 열흘 동안이나.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따라 험준한 길을 걷는다. 오직 학교에 가기 위해서.

 

그들이 열흘 동안 걸어서 학교에 도착하면 그해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차가운 얼음강을 건널 때 물살이 센 곳은 얼음이 얼지 않고 제법 깊어서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업고 강을 건넌다. 아이들은 훗날 떠올리리라. 아버지의 등에 업혀 잔스카 강을 건너던 순간을. 자신들의 발을 차가운 강물에 닿게 하지 않기 위해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차가운 얼음강에 두 다리를 서슴없이 밀어 넣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집을 떠나오던 날 동생을 업은 채 배웅을 하며 눈물을 떨구던 어머니와, 학교에 도착해서 아버지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왔을 때, 아버지의 눈에서 갑작스럽게 후드득 떨어지던 투박하고 굵은 눈물을. 

 

세상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들, 이라는 생각을 했다.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그 날 것과 몸소 부대끼며 살아가는, 히말라야만큼이나 거대한 사람들. 그들은 지금 첨단의 사회, 부족할 것이 없는(물질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삶의 비밀을 저도 모르게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큐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쨍,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히말라야 아이들의 나이 답지 않게 깊고 투명한 눈빛이 계속 생각난다. 그리고 그 눈빛을 물려준 아버지들의 거친 피부 위를 타고 흐르던 굵은 눈물방울도.

 

 

* 얼어붙은 잔스카 강을 그곳 사람들은 '차다'(chaddar, 얼음 담요)라고 부른다고 한다. 차가운 얼음과 따뜻한 담요의 조합이라니. 히말라야인들이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작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