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아무래도 좋을 일과 그렇지 않을 일

시월의숲 2022. 3. 29. 23:41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내 태도가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곤 한다. 나를 위한다는 그 호의를 차마 거절하지 못해, 늘 내키지 않는 결정을 하고, 후회를 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주위 사람들까지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나는 왜 되풀이하는 것일까? 나의 우유부단함이 스스로를 괴롭힐 것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면서도.

 

오늘도 어떤 결정 때문에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참으로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누군가 묻는다. 그래서 그것을 하겠다는 거야 안 하겠다는 거야?

 

그제야 나는 내가 그에게 보낸 짧은 쪽지의 의미가 무척이나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묻는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우유부단한 내 태도가 어떤 이들에게는 화가 나는 일일 수도 있음을.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눈물이 나올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는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런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해서. 나는 당신들의 호의, 그 따뜻한 마음을 차마 내칠 수가 없어서 그러겠노라고 했다. 정말 나는, 내 마음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 역학관계들을 내가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들이 순수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였고, 순수하게 결정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견제로, 위협으로, 시기와 질투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은 무엇일까. 이런 악순환은 단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내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면, 그래서 어떤 쪽으로든 결정을 했다면 그 결정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면 그만인 것이다. 더 이상 미련을 남겨두지 않으면 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렴 어때? 호기롭게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아무래도 좋을 결정을 해놓고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나 자신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 일터인데, 아무래도 상관없을 그 마음, 타인의 호의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 마음 때문에 나는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혼란과 피해를 주고야 말다니. 이 얼마나 우습고도 모순적인 상황이란 말인가.

 

내게 절실히 필요한 건 우아하게 거절하는 법이다.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서운함을 먼저 생각하여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 호의를 우아하게 거절하고 물리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래도 좋을 일이라면 정말 아무래도 좋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좋을 일이 결국 아무래도 좋지 않을 일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그 마음의 결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나를 위한다는 말 앞에 나는 보다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