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고리

密陽

시월의숲 2024. 4. 21. 16:32

 

 
감기가 채 낫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운전을 해야 했다. 매제가 새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밀양이 목적지였다. 감기도 감기지만 주말엔 반드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만 하는 내게는 좀 무리인 듯했지만, 아버지와 고모의 부탁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내 동생의 일이기도 하기에 한 번 가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밀양은 오래전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양>으로 익숙한 지명이었다. 그 영화는 내게 무척 진지하고도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었기에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밀양에 대해서 그 이상의 것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밀양을 처음으로 다녀왔다. 한마디로 밀양은 제법 큰 시골 같은 느낌이었다. 도시적인 느낌보다는 시골의 오래된 느낌이 강했는데 마냥 시골이라고만 하기에는 그 규모가 커서 놀란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고풍스러운 도시였다고 해야 하리라.
 
날씨는 무척 맑았으나, 이상기온 때문인지 초여름 날씨여서 생각보다 더웠다. 그래서 우리들은 점심으로 시원한 밀면을 먹었고, 커피를 마셨으며, 영남루와 위양지를 구경했다. 날씨가 제법 더웠지만 그늘에 있으면 시원했고, 햇살은 눈부셨고, 나무들은 아름다웠다. 위양지의 나무들은 특히나. 그곳을 걷는 동안에는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의 나들이가 아닌가.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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