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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밀한 어둠

농밀한 어둠, 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설 때마다 아주 짙은 어둠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곳은 시내와 30분 정도 떨어져 있었고, 조선시대 유명한 학자가 살았던 고향이어서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가버리고, 그곳은 농사를 짓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조그만 부락을 이루어 살고 있어서, 어떤 활기를 찾을 수는 없었다. 저녁이 되면 가로등 없는 좁은 도로는 미약한 불빛도 찾을 수 없이 완전한 어둠이 점령했다. 그 어둠은 시내에 비해 몇 배나 더 높은 농도를 지니고 있으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늘의 달과 별조차 그곳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짙은 어둠을 뚫고 자동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 걸어..

어느푸른저녁 201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