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것이 되어버린 듯 또 어떤 우울함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동안 부산을 다녀왔고, 기타를 배우고 있고, 나름 일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고자 노력했는데, 다시 일을 해야한다는 절망감이 나를 자꾸 원점으로 되돌려놓는다. 어쩌면 일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단순히 핑계에 지나지 않을지도. 오.. 어느푸른저녁 2018.06.26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문학동네, 2017. 나는 이제 어디로 가려는 걸까. 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나는 대체 어디로 와버렸을까? 여긴 대체 어디일까?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대체 누구인가?(1편, 41쪽) *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 기억할만한지나침 2018.06.17
유전(Hereditary) 마침 시간이 남아 영화를 보기로 했다. 떠들썩한 쥬라기 월드 말고 다른 걸 보고 싶었는데, 얼마전에 예고편으로 보았던 유전이 개봉하고 있었기에 망설임없이 표를 끊었다. 마침 시간이 딱 맞기도 했다.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예고편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두 시간이.. 봄날은간다 2018.06.10
약간의 염원 같은 것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다. 나는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씻고, 아침으로 간단한 토스트를 해먹고 사전투표를 하러 집을 나섰다. 집에 있을 때는 바람이 제법 불어서 크게 덥다고 느껴지는 않았는데, 나오니까 햇살이 조금 따가웠다. 그래도 이 정도 더위는 아직 덥다고 하면 안 될 것이.. 어느푸른저녁 2018.06.09
실제로는 그것이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었다 해도 십 년이 넘게 사용해 온 컴퓨터가 망가졌다. 드디어, 라고 해야 하겠지만, 어쩐지 마음이 짠하다고 해야할까. 십 년이란 시간동안 큰 문제 없이(물론 중간중간 포맷도 하고, 수리도 했지만) 나와 함께한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 며칠 전 부터 아예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컴퓨터에 문외한인 .. 어느푸른저녁 2018.06.04
로이킴 - 그때 헤어지면 돼 * 로이킴의 노래를 특별히 좋아한 건 아니었으나, 가끔씩 아무런 생각없이 있을 때,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이곤 했었다. 이 노래도 며칠 전 아주 우연히 들어간 어떤 가게에서 처음 들었는데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멜로디도 그렇.. 오후4시의희망 2018.05.22
어쨌거나 제주도 * 뜻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제주도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는 가게 되었고, 제주도는 역시나 제주도였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과 눈을 돌리면 보이는 검은 돌이, 지금 여기가 제주도임.. 어느푸른저녁 2018.05.21
당신의 안부 어제 밤새 비가 왔습니다. 아니, 밤새도록 왔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어요. 밤새도록 깨어 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새벽까지 비가 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어젯밤 비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늦게까지 책을 읽었으니까요. 원래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자는 나이지만 어.. 어느푸른저녁 201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