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발저, 『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
그것은 마치, 무대에서 관객에게 즉석에서 말을 걸면서, 그 말을 글로 쓰고 있는, 그러므로 작가 자신도 다음 문장의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타날지 미리 계산하고 있지 않다는, 우아하고 유쾌한 자포자기의 즉흥 댄스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까지 성공한다. 물론 그 이외에도 참으로 아름답고 황량하며, 어떨 때는 이빨을 드러낸 듯하고, 방치되고 산만한 언어, 끝을 모르는 풍자와 비꼼, 이 모든 것을 이끄는 무의미함과 무의도성, 그리고 마침내는 인과성과 연속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돌연하고 뜻밖인 결말들. 이런 것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어. 나는 매혹되었다. 나는 펄쩍 뛰어오를 만큼 매혹되었다.(383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이 책 역시, 오로지 배수아라는 작가이자 번역가 때문에 읽게 되었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