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결코 그때와 같지 않음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맨 처음 출발했던 그곳으로 다시. 하지만 나는 안다. 그동안 많은 곳을 돌아서 이곳에 왔다는 것을. 그리고 돌아온 지금은 결코 처음과는 같지 않음을. 발령이 나고 일주일 동안 입맛이 없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원해서 난 발령임에.. 어느푸른저녁 2017.07.11
모든 것이 생전 처음인 듯 이 순간 이런 모든 것을 오직 자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누군가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모든 것을 오늘에야 처음으로 삶의 표면에 당도한 성인 여행자의 눈길로 응시할 수만 있다면! 태어난 이후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고, 이 모든 것에 미리 정해진 의미를 부여할 줄을 모르고, .. 불안의서(書) 2017.06.25
삼 년이라는 시간 며칠 사이 날이 많이 더워졌다. 며칠 전만 해도 건물 안에 있으면 그런대로 시원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바깥은 말할 것도 없이 건물 안에도 더위가 느껴진다.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다. 나는 추위보다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도 여름이 와야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 어느푸른저녁 2017.06.20
소수서원에서 *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어딘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특히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볼 때 흔히 하는 말일텐데, 나는 그 말에 어떤 강박성이 느껴져서다. 아는만큼 보이므로,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그 지역에 관한, 그 문화재에 관한 역사와.. 어느푸른저녁 2017.06.17
삼척에서 * 삼척에 갈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 친목 여행을 삼척으로 가게 되었다.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첫 날은 환선굴을 둘러보았고, 둘째 날엔 해양레일바이크와 카누를 탔다. 한낮의 태양은 조금 더운듯 했으나,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유월의 햇살은 눈부셨고, 바위가 솟아 있는 장호항의 바다.. 어느푸른저녁 2017.06.12
소나무숲을 거닐다 *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별거 아닌 일에 나는 왜 자꾸만 화가 나는지.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라고 김수영은 말했다지만,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그의 반성은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와 월남파병 반대라는 대의를 위해서 .. 어느푸른저녁 2017.06.06
서원과 서원을 둘러싼 것들 햇살은 가득했으나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다. 바람이 적당히 불었고, 그늘에 있으면 더운 줄 몰랐다. 주말에 집에만 있기가 답답하여 예천에 있는 도정서원이란 곳을 가기로 했다. 예천이 내 고향이지만, 그런 곳이 있었어? 의아해하며 찾아갔다. 조선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약포 정탁 대.. 어느푸른저녁 201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