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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의 를 보았다. 오후에 출장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이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다. 는 보는 내내 가슴에 육중한 무언가를 올려놓은 듯 무겁게 가라앉는 영화였다. 비록 영화 속 전투기가 상공을 날아다니며 적기를 격추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전쟁 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이 영화는 궁지에 몰린 사람들, 수세에 몰린 사람들,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로지 하나의 희망만을 공통으로 품은 사람들이 나온다. 집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가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결국 집에 가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듀나는 이 영화를 비겁함과 용감함의 이야기라고도 했는데 그 말도 맞다. 배를 ..

봄날은간다 2017.07.20

슬픔의 습도

멀어지는 것들과 다가오는 것들, 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워지면 채워지고, 멀어지면 다가오며, 떠나가면 돌아온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는 하지만(정말 그런 것일까?), 아직까지도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사람을 대하면 대할수록 더더욱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한 번 비워진 것은 채워지지 않고, 멀어지면 다가오지 않으며, 떠나가면 결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그것만이 오로지 진실이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거짓임을 나는 점차 깨달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비가 시도 때도 없이 퍼붓는 요즘이다. 오늘 아침에는 커다란 폭격기가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듯한 굉음이 났다. 나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는데, 옆에 누워있던 고모도 놀라서 나..

어느푸른저녁 201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