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읽기에는 내 내면의 고통이 너무나도 커서 잘 읽히지 않는다. 말장난같지만, 어쨌건 지금은 감기 때문에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 오전까지는 견딜만 했는데 오후가 되니까 머리가 멍하고 잠이 쏟아지며, 열도 나는 듯하.. 어느푸른저녁 2017.10.12
어떤 중얼거림 기나긴 시간을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긴 연휴 동안 나름 이곳저곳을 다녔기 때문일까. 아님 연휴 자체가 길었기 때문일까.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연휴를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쉬는 동안에는 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어제 직장 상사의 반갑지 .. 어느푸른저녁 2017.10.10
마치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 매번 같은 산책길을 매번 다른 느낌으로 걷는다 마치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낯선 이방인처럼 마치 보물찾기하듯, 이건 혼자만 아는 놀이 그래서 혼자만 하는 놀이 어느푸른저녁 2017.10.03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01. 내가 왜 달리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저 달리는 것이 좋다고 느꼈던 것 같다. 길을 다 건너자 내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날은 정말 이상한 오후였다. 끔찍할 정도로 추웠고, 햇빛도 비추지 않는 날이었다. 그래서 길을 건너면서 점점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느꼈던.. 기억할만한지나침 2017.10.02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의 부고가 부쩍 많이 들려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 태어나겠지요. 하지만 지금 내게 자주 들리는 소식은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가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기라도 하는 건가요? 혹은 가을은 떠나기 좋은 계절이기라도 한 것인가.. 어느푸른저녁 2017.10.01
문문 - 비행운 매일매일이 잿빛이더라구 팽이돌듯이 빙빙 돌더라구 어른이 라는 따분한 벌레들이 야금야금 꿈을 좀 먹더라구 나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뿔이 자라난 어른이 될테니 억지로 라도 웃어야지 하는데 그럼에도 좀 울적하더라구 어제와 오늘의 온도가 너무 달라서 비행운이 만들어졌네 내가 머물기에 여기는 너무 높아서 한숨자국만 깊게 드러났네 나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뿔이 자라난 어른이 될 테니 억지로 라도 웃어야지 하는데 그럼에도 좀 울적 하더라구 어제와 오늘의 온도가 너무 달라서 비행운이 만들어졌네 내가 머물기에 여기는 너무 높아서 한숨자국만 깊게 드러났네 어제와 오늘의 온도가 너무 달라서 비행운이 만들어졌네 내가 머물기에 여기는 너무 높아서 한숨자국만 깊게 드러났네 꼬마가 간직했던 꿈은 무엇일까 오래된 일기장을 꺼.. 오후4시의희망 2017.10.01
외부세계가 곧 내적 실제인 인간 다만 나를 위해 썼을 뿐인 이 일기를 사람들은 몹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움이 바로 나의 자연스러움이다. 정신의 생애를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외에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이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 일을 하기 위해 그리 큰 정성.. 불안의서(書) 2017.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