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검은잎 50

단상들

* 12~3년 정도 된 거 같다. 당시 공항 면세점에서 산 지갑을 지금까지 쓰다가 이젠 좀 낡았다 싶어서 작년 말 여행을 가면서 공항 면세점에서 똑같은 브랜드(디자인은 좀 다른)의 지갑을 샀다. 어째,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브랜드의 지갑을 '공항'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사게 될 줄이야. 하지만 사놓고도 아직 원래 있던 지갑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는데, 나는 오늘까지도 아무런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문득 책상 서랍에 케이스 채 고이 들어있는 지갑을 보고 나서야, 아, 내가 지갑을 샀었지, 하고 깨달았다. 굳이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일까? 뭐, 언젠가는 쓰게 되겠지만. (20230112) * 어쩌면 이건 나만의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다. 새해만 되면 어김없이 어딘가 탈이 나는 것을 보면. 어제는 ..

입속의검은잎 2023.01.18

단상들

* 퇴근길에 문득 어둡고 환한 도로를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보니, 내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래서 매번 같은 곳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놀이를 했었던 그때 그 시간들이.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지만, 최소한 길 위에서 서성거리지는 않게 되었다. 그건 불행일까 다행일까.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단념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라는 건 사실 존재하지 않고, 기대가 있다면 다만 무참히 꺾일 뿐이라는 걸.(2022.12.02) * 올해 첫눈은 서울에서 보았다. 문득 만나는 것과 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첫눈을 '만나는 것'과 첫눈을 '보는 것'. '만나다'와 '보다'의 간격에 대..

입속의검은잎 202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