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혹은 추억이라는 이름의 그 대리석 같고 절벽 같은 견고함을 아시는지요 기억은 금강석처럼 단단합니다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 사라지고 신성한 모든 것은 모욕당한다 했던가요 기억은 물이 되어 호수가 되고 바다가 되고 우리가 양육해온 모든 별들은 결국 부수어지고 말겠지요 기억은 지구를 반 넘어 채우고 있습니다 지구는 기억의 출렁이는 파란 별, 지구는 기억이 파도치는 행성, 지구의 정체는 바로 인간의 기억입니다 빙산이 녹아 해마다 기억의 수위가 높아집니다 기억이 뛰어오르거나 넘쳐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에는 얼음이 덮이지요 수증기가 끊임없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도 지구의 기억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다나 육지에서 증발한 기억은 구름이 되고 비와 눈이 되어 내리고 또 구름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