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도착했을 때, 오직 들리는 것은 부는 바람과 저수지 위에 무리지어 있던 오리떼의 울음소리 뿐이었다. 웅웅거리는 바람소리가 주위를 에워싼 산을 지나 저수지를 훑고 마을을 한바퀴 돌아 나에게 와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것은 거대한 고요였을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천천히 이육사 문학관을 향해서 걸었다. 뒤에서 오리떼의 울음소리와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그 소리들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매표소 직원에게 그만 '이곳은 정말 조용한 곳이로군요!' 라는 말을 무심결에 하고 말았다. 직원은 웃으며 '이곳은 이육사가 태어난 곳이니까요.' 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 말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육사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고요하다는 말인가? 그가 이렇듯 고요한 곳에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