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인간 - 장정일 지하 인간 -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을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 질투는나의힘 2005.10.08
배짱 오늘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을 만났다. 허접한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조언해주시는 분. 그분은 내게 삶의 배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하셨다. 앞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배짱이 없다면, 지금 내가 쓰는 것들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고. 내 삶이, 이도 저도 되지 않게 된다는 말을 들었을 .. 어느푸른저녁 2005.10.06
고양이 아침에, 도로에서 고양이를 보았다. 잿빛의 그 고양이는 한쪽 다리가 차에 치였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한채 도로 한가운데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차들은 사정없이 제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고, 어쩌다 고양이가 도로 중앙에 절뚝이며 나올때는 약간 머뭇거리기도 했다. '저러다 차에 치이고 말꺼야' .. 어느푸른저녁 2005.09.29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읽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읽고 한.. 질투는나의힘 2005.09.24
전경린, 《아무곳에도 없는 남자》 "그를 기다리는 거요?" "아뇨. 난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요. 그리고 결혼하지도 않을 거예요. 우선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아지도록 나를 단련할 거예요. 생에 대해 강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막연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운명이 나를 어느 곳에 데려다 놓아도 마음의 평.. 기억할만한지나침 2005.09.24
나를 위로하며 - 함민복 나를 위로하며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함민복 시집,『말랑말랑한 힘』 중에서> 아, 오랜만에 함민복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처음, 그의 수필집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서 오랫동안 가슴이 따스했던 기억이 있다. 생활은 가난할지라도 마음만.. 질투는나의힘 2005.09.18
자작나무 숲길을 걸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너무도 작게 느껴졌고, 하찮게 느껴졌다 사소한 것에 아파하고, 화나하고, 눈물짓고... 사소한 내가 싫다 사소하게 가슴 떨려하는 내가 싫다 이러다 점점 작아져서 끝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자작나무 숲길을 걸어 나에게로 가서 말하고 싶다 조금더 대담해져라, 조금.. 어느푸른저녁 2005.09.17
배수아,《심야통신》 "이런 것 아세요? 이유 없는 고독은 기억 이전의 기억 때문이라고. 절대로 절대로 기억할 수 없는 기억 이전의 기억이 악마처럼 자라나 병을 만들죠. 그런 걸 갖고 있는 사람은 병이 든 채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되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모든 것에서 뒤쳐지게 돼요." - 단편 「여점원 아니디아의 짧고 고독.. 기억할만한지나침 200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