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중에서 "지난 봄, 그 많았던 보랏빛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얼마나 많은 보랏빛들이 저물고 나면 여름이 찾아오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소년들은 어른이 될까? 제 몸이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등꽃 그 빛들은 스러진다. 제 몸이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소년들은 슬퍼한다. 비에.. 기억할만한지나침 2005.08.01
이육사 백일장에 다녀오다 이육사 백일장을 다녀왔다. 이육사... 고등학교 때 그의 시를 접한 이후,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대학 수업시간에 그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어제는 급기야 이육사 백일장에 나가게 되었고. 물론 나는 이육사 백일장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으나(아니, 솔찍히 말해서 관심이 없었다기 보다는 준비.. 어느푸른저녁 2005.08.01
아무것도 규정짓지 않는 것 가벼운 수필집, '무라카미 라디오'의 서문에서 하루키는 아무것도 규정짓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글을 썼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래야 돼, 저것은 저래야 돼 하는 규정을 짓지 않으려고 했다고. 그말이 너무 맘에 들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너무 틀에 넣으려고만 한다. 하루키의 글은 그런 틀을 허물어 뜨.. 어느푸른저녁 2005.07.28
오랜 시간 방치된 카메라처럼 며칠 전 집안을 정리하다가 쓰지 않는 서랍 속에 잠들듯 들어있는 카메라를 발견했다. 아, 카메라가 있었지! 그동안 나에게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 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사진을 찍을 만큼 기념할 만한 나날들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 낡은.. 어느푸른저녁 2005.07.24
어둠의 단애 - 류인서 어둠의 단애 - 류인서 저문다는 것, 날 저문다는 것은 마땅히 만상이 서서히 자신의 색을 지우며 서로의 속으로 스미는 일이라야 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서로의 그림자에 물들어가는 일이라야 했다 그렇게 한 결로 풀어졌을 때, 흑암의 거대한 아궁이 속으로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야 했다. 너를 바래.. 질투는나의힘 2005.07.17
숲 - 정희성 숲 -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중에서 * * * 나무들.. 질투는나의힘 2005.07.17
나의 내면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다(김형경, '사람풍경'을 읽고)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서 좋다는 말을 들은터라 순수하게 읽고 싶은 욕망이 아닌 한번 읽어봐야겠군, 하는 생각이 더 작용했던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읽고 난 지금은 정말 잘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사람은 풍경으로 존재할 때 가장 .. 흔해빠진독서 2005.07.10
입산 - 정호승 입산 -정호승 너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는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너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너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한참 길가에 앉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시들어가는 민들레 꽃잎을 들여다 보다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은 끝도 없었다 지상을 떠나는.. 질투는나의힘 200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