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학교에서 바그다드 카페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굉장히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나온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동네 비디오 가게엔 없더군요. 그래서 단념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달려가서 보았습니다. 친구녀석에게 같이 가자고 해보았지만, 역시나 잠오는 영화라고 생각했는지 사양하더군요. 하지만 혼자서 영화 보는 것에 익숙한 저로서는 별로 서운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런 느낌의 영화를 볼 기회가 없는데도 보지 않는, 나와 다른 그들의 취향이 오히려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을뿐. 하지만 뭐, 취향은 다르기 마련이죠.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독일 출신인 두 부부가 여행중 싸움을 하는 도중 남편은 화낌에 부인을 사막 한가운데 놔두고 차를 타고 가버립니다. 가버린 자동차의 연기에 속에, 그 모래바람 속에 남겨진 여자(야스민), 갈 곳을 잃어버린 그 여자가 걸어서 도착한 곳이 바로 바그다드 카페입니다. 사막 한 가운데 지친 낙타처럼 서 있는 카페에는 주인인 흑인 여자와 그의 남편, 세명의 자식, 그리고 종업원과 몇몇 정물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야스민이 도착하기 바로 전 주인여자는 남편과 싸우고 남편은 집을 나가버립니다. 사는게 팍팍해서 악다귀 밖에 남지 않은 주인여자와 남편을 잃어버리고 갈 곳을 잃어버린 여자의 만남. 야스민은 주인여자와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마법처럼 야스민은 주인여자를, 카페의 모든 사람들을 감화시키게 되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사막의 황량한 모래와 바람, 그 현기증 날듯한 노오란 영상이 시각을 자극했고,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 콜링유는 마치 주술을 외우는 듯한 착각에 빠트리며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음악이 영화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인지, 이 황량한 느낌을 이렇듯 잘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인지... 노래와 함께 펼쳐지는 영상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아련함과 황량함, 쓸쓸함,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사실 이 노래 때문에 영화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살아가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아니 나부터도, 영화에 나오는 야스민을 만나기 전 흑인 여자처럼 삶에 치여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 여자에게 야스민은 마치 사막의 우물 같은 존재로 다가왔겠지요.
콜링유라는 노래처럼, 누군가를 자꾸만 부르고 싶어집니다. 누가 불러주기 전에 내가 먼저 누군가를 부르는 것. 아마 그것이 이 사막같은 세상에서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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