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요시모토 바나나, 《아르헨티나 할머니》중에서

시월의숲 2007. 8. 13. 20:24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

  옛날에 둘이 옥상에서 내가 사온 참깨 과자를 먹을 때, 유리 씨가 내게 물었다.

  아빠는 장 보러 가고 없었던 것 같다.

  화창한 5월, 동네 여기저기에서 잉어 드럼이 팔랑팔랑  헤엄치고 있었다.

  그때 먹었던 과자의 참깨 맛을, 그때 마셨던 우유의 시원한 맛을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한다. 우리는 옥상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고, 봄볕에 몸이 따끈따끈했다.

  "모르겠는데요.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설까요?"

  젊은 날의 나는 말했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 아빠가 모자이크를 만드는 이유하고 같을 거야."

  유리 씨는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일 거야."

 

 

- 요시모토 바나나, 《아르헨티나 할머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