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로 유명한 작가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을 읽었다. 아직 <모모>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동화적인 이야기 속에 철학적인 사유를 담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는 이 작가의 <자유의 감옥>은, <모모>처럼 완전히 동화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모두 여덟 편의 소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판타지적인 요소와 결합해 이야기를 풀어놓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작가는 각각의 소설마다 특이한 공간을 설정해 놓았다. 겉만 있고 안이 없는 공간,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공간, 작은 공간인 듯싶지만 들여다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공간, 인간의 자유의지를 실험하는 공간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제한적이고 사방이 막힌 어떤 공간이 아니라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고찰은 우리에게 다양성에의 희구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사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기존에 우리가 당연시하며 누리고 소비해왔던 공간과 시간이 결국 우리에게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가 하고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그것을 남용하지 않았던가? 혹은 누군가에게 폭력적으로 행사되지는 않았던가? 하고 말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자유의 감옥>이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실험하고 있는 작품인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이 너무나 무섭고 무거워서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나약한 한 인간을 그려 보이고 있다. 전지전능한 신의 그늘에서 벗어나 인간은 그 자신의 자유의지로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여 왔지만 그것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선택의 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만큼 더욱 선택하기 어려워지는 현대인들의 갈등과 자유라는 이름의 모순적인 속성. 진정한 자유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자유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설 속 ‘완전한 자유는 완전한 부자유’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외침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인간을 설명하는 여러 말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은 우선 '반성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이런 소설들을 읽고 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럴 때의 반성이란 잘못된 것을 고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전제가 될 때 완성되는 거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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