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일까?
술을 마셔셔 취기가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괜히 흥분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듯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무런 의미없는 이야기일뿐
취기가 가시고 나면
남는 것은 허탈함과 숙취, 약간의 민망함만이
노상방뇨의 흔적처럼 남아 지린내를 풍기고
그 전날, 알 수 없던 흥겨움은 온데간데 없다
그리고 또 술
하지만
민망함과 어색함, 허탈함만이 남는다면
어찌 또 술을 마실 수 있을까
그 모든 혼란들은 고통 속에 왁자지껄 잊혀지고
또다시 흥겨움의 기억이
그 짧은 몽롱함의 기억이
마약처럼 새록새록 머릿속에 번지면
우리는 또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고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나는 이런 낙서를 한 것을 입술을 깨물며 후회하겠지
후회하겠지
속쓰림과 쾌락의 악순환
술을 마셔서 가까워지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술 그 자체인 것을
아, 나약하고 슬픈,
인간이란 이름의 짐승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