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사랑 때문에

시월의숲 2008. 8. 30. 09:54

누구는 사랑 때문에 약을 먹고 죽기고 하고, 죽이기도 하며, 헤어지기도 한다. 그 모든 일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지는 일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나와 가까운,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내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은 사람의 결별소식과 그 상대방의 사망소식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오랫동안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죽은 사람을 비난해야 할 것인가? 못난 사람이라고, 나약한 사람이라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을 두고 입방아를 찧어야 할까?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간 후 결혼을 하고 결국 참다못해 헤어지거나 죽는 모습을 볼때,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다시,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한 모든 것들을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는 그럴 것이다. 사랑해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 어찌 설명할 수 있겠냐고. 사랑은 설명할 수 없는 거라고. 하지만 의심스럽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달콤함에 빠져 그것이 개미지옥임을 망각케하는 사탕발림의 말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사랑이란 말 자체가 환상인 것이다. 그것에 홀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다가 그것에서 풀려나면 자신이 저지른 일들, 결혼과 자식들, 현실적인 일들에 눈을 뜨게 되고 급기야는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건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형벌일지도 모른다. 그 형벌을 피하기 위해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시킬 수는 더더욱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는 사랑의 모든 환희와 행복감은 그 뒤에 오는 결락감과 권태, 싫증, 헤어짐, 죽음 같은 것들을 독침처럼 품고 있다. 그것은 전부 그 위대한 사랑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또한 사랑이 아니게 된다. 아, 위대한 사랑이여, 그 눈먼 이기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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