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혼자 있는 시간

시월의숲 2009. 1. 5. 21:06

몇 개의 음반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읽었다. 배가 고파서 밥을 해 먹었고, 몇 통의 전화를 받았으며, 때때로 방 안에 고여있는 공허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과 나를 통과해 흐르고 있는 이 시간에 대해서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나는 혼자 살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늘 혼자였던 것만 같다. 가족들과 있을때도, 친구들 혹은 직장 동료들과 있을 때도 나는 늘 혼자라는, 혼자일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체념어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은 운명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서 감히 거역할 수 없다. 그러한 느낌 앞에 왜, 라는 물음은 날리는 먼지보다도, 저 붉은 노을보다도 더 부질없게 느껴진다. 도대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혼자 있는 시간.

그것은 내 삶의 절대적인 시간이자,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게 주어진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래, 많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조금만 슬퍼하고, 조금만 노여워하면 될 일이다. 아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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