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el's의 '에곤 쉴레를 위한 음악'이라는 제목이 붙은 앨범을 듣고 있다. 사실 에곤 쉴레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만 그가 클림트의 제자였으며 초기 작품은 클림트의 영향을 받아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그림을 주로 그렸으나 후에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는 것 정도이다. 아니, 이것도 정확하진 않다. 확실한 건, 그의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나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그가 그린 기괴하게 뒤틀린 인간들의 몸을 어찌 쉬 잊을 수 있을까. 사실 레이첼스의 음반을 산 것도 거의 에곤 쉴레의 그림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곤 쉴레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피아노와 비올라 그리고 첼로로 이루어진 레이첼스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보고만 있어도 어떤 고통과 전율이 동시에 느껴지는 듯한 에곤 쉴레의 그림을, 이들은 음악으로서 훌륭하게 표현해 내었다. 시종일관 잔잔한 듯, 불안하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리고 그 촛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듣는내내 귀를 떼지 못했다. 음악은 나를 감싸고, 급기야는 내 귀와 피부로 스며들어 나를 반각성의 상태로 만들었다. 완전히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취한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처럼.
레이첼스의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 감상적인 기분에 빠진다. 하지만 이 느낌, 나쁘지 않다. 다음 기회에는 에곤 쉴레에 관한 책을 읽으리라. 그런 다음, 다시 이 음악을 듣는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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