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가슴이 뛰는 일

시월의숲 2010. 11. 3. 00:32

지금의 내 기분을 말하자면, '말하기 싫음' 혹은 '할 말 없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내게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지독히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거나, 눈이 튀어나올만큼 어려운 일에 부딪친다 해도, 그 상황에 대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그 일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고, 그래서 당연하게도(?) 말하기가 싫은 그런 상태. 말을 해봤자 변명밖에 되지 않고, 변명을 늘어놓아봤자 나에게 하나도 득 될것이 없으니, 답답해 할 것도, 억울해 할 것도 없이 그저 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 어제와 오늘이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뚜렷이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정말 이 일을 할 능력이 되는가, 라는 것이었다. 어느 글에선가 가슴 뛰는 일을 하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보아넘긴 그 말이, 체한 것처럼 가슴 한켠을 짓누르며 자꾸 나를 다그친다. 우스운 일이라고, 고작 며칠동안의 내 기분 때문에, 남들이 다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가슴 뛰는 일을 하라는 철없는 유혹에 넘어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꿈꾸다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없는 놈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꾸짖기도 했다. 하지만 고작 며칠간의 내 기분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을 꿈꾸었다. 좀 더 나를 표현해 낼 수 있는 창조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감으로 가득찬 일을. 하지만 나는 잘 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아무런 의욕을 가질 수 없어도 나는 이 일을 그리 쉽게 내팽개치지는 못하리라는 사실을. 하지만 언젠가, 가슴 뛰는 일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나는 간절히 하고 싶다. 그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님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어서 그것이 조금 슬플뿐. 나는 '아무 말도 하기 싫음' 혹은 '할 말이 없음'의 상태에서 벗어나 '아무 말이나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혹은 '할 말이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말하기가 힘든' 상태가 되고 싶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