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알 수 없는 세계의 풍경

시월의숲 2011. 1. 23. 23:21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동생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토실했던 볼은 쑥 들어가 광대뼈가 튀어나와 보였으며 팔과 다리에 살이 빠져 예전의 튼실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눈에 보아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든 엄마들이 다 겪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안쓰러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경이로움보다 안쓰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남매지간인 나만의 느낌일까. 하지만 아이를 안고 있는 동생의 모습은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의 풍경인 것만 같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동생은 그렇게 내가 모르는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이 세상의 어른이 되었다. 예전의 왈가닥 선머슴은 온데간데 없고, 차분해지고 생각이 깊어졌다. 엄마가 된다는 건 그런 것인가. 나는 동생의 얼굴을 자주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동생을 많이 닮은 아이의 얼굴도. 많이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 아기를 보면서 이 아이가 커나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어떤 절망과 슬픔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기를, 녹록치 않은 세상일지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기를, 세상의 어둠을 잘 끌어안아 찬란하게 빛나기를.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