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시월의숲 2012. 2. 25. 23:07

오늘 낮엔 하루종일 잠만 잤다. 어제 모임이 있어 칠곡에 갔었는데,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긴 했는데, 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소리와 담배냄새, 술로 인한 두통 때문에 깊은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보니 어느새 아침이었고, 서둘러 일어나 해장국을 먹고 집에 왔다. 피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중력이 10배는 더 작용하는 것 같았다. 눕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저녁 일곱 시가 넘어 있었다. 내일 아침까지 그대로 계속 잠을 잘까 생각했지만, 뭐라도 먹어야지 싶어서 억지로 일어났다. 냉장고 있는 것들로 대충 저녁을 떼우고 텔레비전을 좀 봤다. 엠비씨는 여전히 파업중인지 지난 방송을 틀어주었고, 다른 채널도 다 시시하게 느껴졌다. 음악을 들을까 하다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3권을 펼쳤는데 3페이지도 못 읽고 책을 덮고 말았다. 머리가 무거워서 책 속의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창 밖은 어둡고, 어제 밤이 계속 이어지는 듯 느껴진다. 아무래도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잠인 것 같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고, 누구도 방해할 수 없으며 쉽사리 꿈을 꾸지도 않는, 오로지 잠 그대로의 잠.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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