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처음 만나는 여름

시월의숲 2012. 7. 31. 20:33

이런 더위가 있었던가? 내가 전에 했던 말들은 전부 엄살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사택엔 창문을 모두 열어놓아도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방안이 거의 찜통 수준이다. 아, 찜통이란 말은 왜이리 진부한가.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고, 머리는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덥다는 그 한마디 말 밖에는. 작년 여름은 어땠지?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작년도 올해처럼 더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올해의 이 더위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것처럼 무척이나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매스컴에서는 몇 십년만의 더위라고 떠들어댔지만, 이젠 그런 말조차 전혀 놀랍지가 않다. 머리가 마비되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니 읽고 있는 책이 진도가 나갈리가 없다. 어제는 더위를 잊어보고자 추리, 스릴러, 호러 소설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그런 것들이 더위를 좀 잊게 해 줄 수 있으려나? 이럴 땐 일 따윈 잊어버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가서 텐트를 쳐놓고 하루 이틀 쯤 푹 자다 오면 좋으련만. 거기에 추리소설 한 권 정도 챙겨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내일은 8월의 시작이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더위를 견뎌내야만 하겠지. 엄살은 집어치우자. 그래, 나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