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시월의숲 2012. 7. 22. 22:11

직장에서 위크샵으로 외씨버선길을 다녀왔다. 외씨버선길이란 청송에서부터 영양, 봉화, 영월로 이어지는 길을 가리키는데 그 모양이 마치 외씨버선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지도를 보니 과연 이어진 길의 모양이 정말 버선처럼 생겼다. 홈페이지에는 외씨버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설명되어 있진 않았지만, 그 모양도 모양이거니와 영양 출신의 시인 조지훈의 '승무'에 나오는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라는 구절에서 착안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봉화 서벽쪽에 있는 '춘양목솔향기길'을 걸었는데, 걷는내내 외씨버선의 맵시있는 모양새와 조지훈의 '승무'가 떠올라 마치 외씨버선을 신고 걷고 있는듯, 절로 걸음이 사뿐거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고상하고 품의있는, 꽤 잘 지어진 이름인 것 같다. 출발하기 전날까지도 장마의 영향으로 비가 오면 어떻하나 걱정을 했는데, 마치 우리의 걸음을 배려하는 듯 우리가 걷는 그 시간만큼은 태양이 구름 속에 얌전히 들어가 있었고 비도 오지 않았다. 키가 큰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길 양쪽에 서 있어 마음이 든든했고, 산으로 둘러싸인 사방은 고요하여 이 세계가 아닌 잠시 다른 공간에 와 있는듯 느껴졌으며, 저마다 이름을 가진 야생화들이 길가 여기저기 피어있어 걸으면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었다. 그 모든 것들과 솔향기까지 한데 어울어져 산책로는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청량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또 얼마나 차갑던지! 사람은 가끔씩 그렇게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이 내뿜는 숨결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겨야 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또다시 타인과의 경쟁, 다툼, 오해 속에 놓였을 때, 그나마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으려면 말이다.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