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쨌거나 9월이니까

시월의숲 2012. 9. 4. 22:17

1.

9월이 되었다. 낮의 뜨거움은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공기의 질은 미묘하게 달라진듯 하다. 창을 모두 열어놓고 자다보면 새벽의 서늘한 기운에 잠에서 깨어 주섬주섬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어쨌거나 9월이니까.

 

 

2.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어제부터 목이 좀 칼칼한가 싶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목이 아파 침을 삼키기 힘들었다. 환절기때마다 겪는 일이건만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소금물을 입에 넣어 우물우물거려보기도 하고 뜨거운 녹차나 매실차 등을 마셔보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목이 아프니 머리도 무거운 것 같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하루종일 어떻게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일 아닌 일에 괜시리 짜증만 나고. 목이 아프고 나면 콧물이 나고, 콧물이 나면 기침이 나고 열이 날 것이다. 감기로 가는 수순을 차분히 밟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그랬다. 어쩌면 이건 내 몸이 계절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마치 그것을 통과해야만 가을과 겨울에 도달할 수 있다는 듯이. 여름이 지나야만 가을이 온다는 듯이. 조금 괴롭다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괴로움도 뭣도 아니다. 약간 성가신 일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