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시월의숲 2013. 4. 4. 21:19

모처럼 즐겨보던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다. 어제 마지막 방송을 지켜보았는데, 드라마의 마지막이 늘 그렇듯 조금 김이 빠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어쩐지 비극으로 끝나야 할 것 같은 이야기였는데, 행복한 결말도 그렇고, 그 결말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빛으로 가득한 거리와 카페, 그 속에 미소 짓고 있는 두 주인공은 무척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으나, 오영(송혜교)의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부분적으로 뿌옇게 처리된 영상은,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마치 오영과 오수가 꾸는 꿈인 것만 같았고,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현실은 비극이지, 해피엔딩은 우리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단다, 벚꽃이 날리는 화창한 거리는 꿈일 뿐이야, 그들은 모두 죽었고, 오영은 결국 오수를 보지 못하며, 오수는 결국 오영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해피엔딩의 결말을 보고 나는 정반대의 결말을 생각했다. 참 이상한 일이라면 이상한 일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내게 해피엔딩의 결말과는 상관없이, 비극적인 결말도 함께 품고 있는 드라마였다. 아, 주인공들을 제외한다면 조무철(김태우)의 죽음이 가장 비극적이라면 비극적이겠지만. 그래서 결국 사랑이라는 말일까? 어쨌거나 텔레비전 드라마가 지닌 어쩔 수 없는 통속성을 잠시 참아줄 수 있다면,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제법 가슴을 치는 장면이 많았던 드라마였던 것 같다. 주연 배우들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연기도 예전보다 나아진 듯 보였다. 아, 이젠 무슨 드라마를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