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사소한 결심

시월의숲 2015. 1. 1. 23:30

언젠가, 내가 이루지 못한 결심들로 내가 이루어져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이루지 못한 다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썼던가? 그거나 그거나 같은 말이지만, 아무튼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즈음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루도 가지 못할 거창한 다짐들을 수시로 하곤 했던 시절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일까. 혹은 우스웠기 때문에? 하지만 이루지 못한 결심들이 나를 이끌어 왔다는 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소한 결심을 자주 하고 그것을 소소하게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거창한 다짐이 아니다. 작은 것, 소소한 것, 하찮은 것, 보잘것없는 것, 중요하지 않은 것, 돌아보지 않는 것, 스쳐가는 것, 한 번의 눈맞춤 같은 것 말이다. 그런 것들을 자주 이루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조금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달라지지 않아도 좋다. 굳이 달라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 길을 가면 된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에 나는 왜 그리도 마음을 졸였던가. 사소한 내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고 싶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싶다. 그것이 내 새해의 다짐이라면 다짐이다. 이미 사소할대로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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