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따사로운 햇살과 연둣빛 바람

시월의숲 2015. 4. 22. 22:15


지하철에서 내려 걷다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에 서서 문득 위를 올려다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끄는데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햇살 때문이었을까. 햇살을 머금고 있는 연둣빛 나뭇잎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 때문이었을까. 오늘 부산은 조금 더운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햇살만큼은 가득한 날이었다. 나는 광합성을 하듯,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듬뿍 받아들였다. 버스를 타지 않고 목적지까지 삼십 분 정도 걸었다. 내 손에는 생수가 한 병 들려져 있었다. 간간히 물을 마시며, 눈부신 햇살 속을 유영하듯 걸었다. 어제와는 다른 열기 때문인지, 낯선 도시를 걷고 있기 때문인지, 그 순간이 마치 꿈 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비현실적인 감각을 즐기며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