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온전한 나만의 주말로 만드는 일

시월의숲 2018. 4. 22. 18:03

내 유일한 낙은 잠이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아니라(물론 많이 자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늦잠을 자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평소에는 일을 하러 나가야 하니 늦잠을 잘 수가 없고, 주말에 몰아서 늦잠을 잔다. 하지만 요즘은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몇 달 간 계속 주말에도 일을 하러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주말에 늦잠을 자게 되더라도 수시로 걸려오는 업무적인 전화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 되어 버렸다. 늦잠을 자다가 전화를 몇 통 받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고 마음이 어지러워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곧 잠이 든다 하더라도 방금 전화 통화 했던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계속 그 생각이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업무적인 전화라는 것은 대체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오는 것이고, 직장 상사의 쓸데없는 전화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주말에 오는 업무적인 전화라는 것이 보통은 내가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나는 잠을 설치며, 급기야는 업무적인 꿈까지 꾸는 것이다. 꿈에서 나는 무척 불쾌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독촉을 당하거나 쫓기고 있고 그래서 늘 불안하다. 꿈은 구체적인 장면이나 상황이 아니라 어떤 기분, 불쾌하고도 불안하며 두려움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억지로 늦잠을 자더라도 깨고 나면 개운하지가 않다. 원래 늦잠을 자고 나면 피로가 사라지고 어딘가 상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요즘은 며칠 째 나를 짓누르던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계속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두렵다. 다른 이들도 이런 기분에 휩싸일까? 이게 어쩌면 나한테만 나타나는 증상인 것인가? 찬란한 4월의 햇살이, 새로 돋아난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손끝을 스치는 따스한 바람이 내게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주말을 온전히 나만의 주말로 만드는 것이다. 그게 그리 어렵단 말인가?